중국에 살 때 있었던 일이다. 나에게는 지금도 가끔 연락하는 일본 친구가 하나 있다. 중국에 살면서도 백두산 여행을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비행기를 이용하고도 꼬박 7시간은 버스로 내리 달려야하기 때문에 엄두가 안났다는 말이 더 맞았다. 하루는 여행 얘기를 하다가 여름에 한국을 나가지 않는다는 말을 일본 친구에게도 했더니 며칠 뒤에 그러면 자기와 백두산 여행을 가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자기도 버스를 7시간이나 타야 하는게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자기와 같이 가면 지루하지는 않을 거란다. 아침 일찍 출발하니 자면서 가도 된다고도 덧붙였었다. 그렇게해서 사람을 더 모아 나와 친구 그리고 친구의 친구 2명까지 가세해 총 4명이 백두산 여행을 떠났다.

중국 여행사였고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중국인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나혼자 한국인이었고 나머지 세명은 모두 일본 사람이었다. 그렇게 학교 앞에서 출발해 7시간을 달려 가까운 연길에 도착했는데 유럽 버스는 화장실이라도 달려있지만 중국 버스는 그런 것도 없었고 중간에 휴게소를 들려주지만 외국인들은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이드가 호텔이라 말한 2박 3일동안 묵을 우리의 숙소을 둘러보는데 당최 찾아봐도 씻을 곳이 없는 거다. 공용 욕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용 화장실에서 씻어야 한다는 말에 친구와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중국 사람들은 자주 씻는 사람들이 2-3일에 한 번씩 씻으니 일부러 이런 호텔을 고른 거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2박 3일 동안 안 씻을 수는 없어서 같이 온 일본 친구들은 애초에 돈을 더 주고 방을 얻었기에 그 방으로 몰려가 씻었다. 10만원으로 온 여행에 백두산 천지 구경만 아니라 탐험과 모험을 할 수 있는 삼림 숲도 가보고 식대도 포함이며 여러가지 여행 상품이 알차게 들어있어서 호텔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백두산 천지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백두산 버스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 천지를 보려는데 천지 근처까지 가서 내리자마자 주변이 너무 더러웠다. 파리 떼는 들끓었고 악취도 심했지만 천지를 보는 순간 생각이 전부 사라졌다. 비록 백두산 여행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려 사진 한 장 남지는 않았지만 백두산 천지는 가장 좋았던 풍경 중에 하나로 내 머릿속에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중국 여행사 백두산 패키지 중에 백두산을 등산하는 코스도 있었는데 올라가다가 천지 물이라며 마셔도 된다는 푯말을 보고 친구와 함께 마셨다가 담을 텀블러를 하나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가장 크게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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