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텐트촌


어떤 나라, 어떤 도시를 가더라도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카메라 하나 들고 가방하나 메고 적게는 1시간에서 많게는 2시간이 넘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도보로 1-2시간 걸린다는 말이지 천천히 보고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려면 그 이상이 걸린다. 숙소에서 나와 거리를 걷다보면 어디 이상한 곳으로 빠지기도 한다. 그럴 경우 돌아갈 대중교통을 찾아 돌아오면 되는데 한번은 파리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려고 한다.


파리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다. 런던을 먼저 거닐었던 나는 파리가 정말 작은 도시라는 것을 실감했다. 파리 북쪽끝에서 파리 남쪽끝까지의 거리가 1시간 반정도가 걸리는 곳이라 새삼 정말 작은 도시구나 싶었다. 보통 런던 2존에 있는 숙소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으면 그제야 중심지에 왔구나 싶었는데 파리는 며칠만에 안다닌 곳이 없을 정도로 작은 도시였다. 런던이 남동쪽으로 가면 조금 분위기가 달라지듯 파리는 북동쪽으로 가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다. 나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파리 19구역에 숙소를 잡았다. 숙소의 평점과 리뷰를 일일히 읽어본 바로 위치를 제외하고 괜찮았으며 가격도 저렴하다고 판단되어 그곳으로 별안간 고민없이 잡았다. 파리의 첫 숙소였고 가고자 하는 몽마르뜨 언덕과 가까워서 더 마음에 끌렸던 것도 있다. 몽마르뜨 언덕까지 걸어가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카메라와 가방을 메고 또 걷기 시작했다. 숙소 주위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대낮이니 무슨 일이 있겠나 싶었다. 지하철역을 지나 기찻길 위의 다리를 지날 때 나는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다리 위로 내가 들어와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걸었다. 카메라를 쥔 손에 힘을 실었고 뒤로 멘 가방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전철 아래와 기찻길 다리 위에 형형색색들로 길게 줄지어진 텐트들로 텐트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대부분 아프리카와 아프카니스탄의 난민들로 프랑스 정식 망명을 원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두사람 간신히 들어가 누울 수 있는 공간으로 텐트와 텐트 사이가 빈틈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나는 최대한 그쪽을 보지 않으며 걷고 있는데 날씨가 조금 쌀쌀한 봄이었음에도 반팔과 반바지를 입은 한 남자가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손가락으로 어디를 가리키면서 불어로 얘기하는 남자의 말을 나는 알아들을 수 없어 영어로 미안하다고만 외치고 자리를 나왔다. 찰나였지만 나는 굉장히 무서웠다. 텐트촌이라 불리는 그곳은 텐트로만 이루어진 난민촌으로 기타 편의시설도 없이 태어난 아이들의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곳이었다. 나는 파리의 텐트촌이 있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으로 직접 보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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