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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Issue

스마일 하나에도 공포를 느끼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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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에 엄마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문 앞에 스마일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고 말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다가 순간 며칠 전 읽었던 글이 생각났다. 여자들만 사는 집이나 여자 혼자만 사는 집에 따로 표식을 남겨두고 나중에 범죄를 계획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 이야기를 듣던 엄마는 너무 간 거 아니냐며 난색을 표했다가 내가 글에서 본 내용을 말해주자 먼저 발벗고 다른층도 돌아보자고 권하셨다. 우리집이 여자들만 사는 집도 아니었지만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우선 우리층을 한 바퀴 돌자 노란 스마일 스티커 대신에 파란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집을 보고 우리는 얼른 그것들도 떼어냈다.

혹시나 누군가가 지켜볼까 무서워서 발소리도 죽여가며 우리층을 포함한 전층 중 6층정도를 전부 돌아보았다. 우리층에만 있었어도 이상하게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층 뿐만 아니라 다른층까지 스마일 표식이 있어서 우리는 오싹한 기분까지 들며 스티커를 모두 떼어냈다. 노란 스마일 스티커, 파란 스마일 스티커, 분홍 스마일 스티커까지 가본 곳을 모두 떼어내자 엄마와 나는 이대로 잠들 수가 없었다. 모아놓은 스티커를 A4 용지 한쪽에 붙이고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각 층마다 현관문 앞 이상한 스티커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어떤 표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장난은 치지 말아주세요. 항간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어 자칫 위험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라고 써서 경비실에 허락을 받고 엘리베이터 공고문에 붙여놓을 생각이었다.

집에 적어둔 A4 용지를 스캐너 어플을 이용해 스캔하고 복사한 뒤 몇장을 더 만들어 곳곳에 붙이고 또 몇장은 근처 경찰서에 제출하여 순찰을 좀 강화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전에 먼저 경비실로 내려가 양해를 구하려고 하는데 경비원분이 내 글을 보고 웃으시고 하는 말을 듣고 나는 안도하기도 했지만 허탈함도 들었다. 광고지에 부착되어 있던 스마일 스티커였고 자기가 미쳐 떼지 못한 스마일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던 거 같다고 하시면서 아까 손수 떼어내신 광고지들을 보여주자 그 윗부분에는 아까 내가 엄마와 떼었던 스마일 스티커 여러개가 더 붙어져 있었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책상 위에 있는 복사된 종이들을 보며 나중에 경찰서에 제출할 다른 종이들까지 모두 모아 찢어 버리고는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스마일 스티커 하나에도 가슴 졸이며 주변을 돌아봐야 했던 지금 상황이 너무 무섭게까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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