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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프랑스 파리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소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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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

이날은 내가 몸이 너무 좋지 않았다. 기차를 타고 들어와 플랫폼에 내려서 구글 지도를 아무리 봐도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오스트리아도 처음이고 빈도 처음이라서 더욱 혼란스러웠던 점도 한몫을 했다. 헤매고 헤매다 묻고 물어서 기차역을 나오기는 했는데 조용하고 한 적해서 여기는 원래 이런 곳인가 싶었고 여기가 어딘지는 일단 걸으면 구글 지도의 현위치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구글 지도를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있는데 계속 내가 어떤 사람을 쳐서 나도 모르게 한 눈 팔고 걷다보니 옆사람을 친 줄 알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는데 몇번 사과하다보니 내가 사과한 사람이 모두 같은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순간 느낌이 싸했지만 조금 경계만 하고 멀리 떨어지려는데 분명 한산한 거리였음에도 계속 관광 책자를 들고 내 주위를 어슬렁 거리는 현지 고등학생 두명이 보였다. 확실히 고등학생인지는 모르겠는데 너무 어려보였다. 길거리를 건너도 계속 따라오길래 나는 구글 지도 보는 것을 멈추고 둘의 행동을 살피자 갑자기 둘이 방향을 틀어 먼산을 보는 거다. 정말 한참이나 어리숙해 보였다. 내가 계속 쳐다보자 그들은 곧 얼마안가 내가 왔던 곳으로 되돌아 걸었고 나는 그들이 간 것을 확인한 뒤, 뒤에 메고 있던 가방을 보자 분명 잠겨져 있어야 하는 첫 단추가 풀어져 있었다. 똑딱이였고 똑딱이 뿐만 아니라 단단한 천으로 감싸져 있어서 사람의 손이 아니면 절대 풀리지 않는 구조였다. 지퍼도 조금 열려 있는 것으로 보아 몇번이나 더 시도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내 몸에 부딪힐 때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부딪힌게 아니라 그 둘이 나에게 부딪힌 거였다.) 조금씩 똑딱이와 천을 풀고 지퍼를 열려고 하는 찰나에 내가 알아차리고 확인을 하지 안했으면 큰일날 뻔 했다 싶었다.

아직 어린 고등학생 둘이 어설프게 관광지를 찾으며 시선 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나를 힐끔 거리는게 다 보였고 큰 배낭을 하나씩 짊어지고 관광 책자를 뚫어져라 보면서 뭐라고 독어로 중얼거리며 걸었다. 몸도 안좋은데 좋지 않은 일까지 겪어 있는 3일내내 숙소에서 나오지 않고 요양아닌 요양을 했다. 나중에 몇번 더 가게되어 즐겁게 보낸 뒤 오스트리아 빈의 기억을 나쁘게만 기억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나쁜 기억으로 회자되고 있는 경험 중 하나이다.


​프랑스, 파리

기차역에서 버스 정류장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소비했지만 그래도 한 번에 도착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기사 아저씨가 자기 퇴근시간이 다 되었다고 내리라는 거다. 그때가 지금도 기억나는데 오후 3시쯤이였다. 불어를 할 수 없어 주변에 어떤 남자가 영어로 알려주는데 왜? 라고도 물어볼 수 없이 기사님이 말하는 마지막 정류장에서 모두 내려야 했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겠는지도 모르겠지만 내리자마자 숙소를 가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는데 버스 노선이 방금 내린 그거 하나 밖에 있지 않았고 다음차는 30분이나 있다가 온다고 해서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걷기로 했다. 가방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한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이 누가 봐도 여행자처럼 보였을 거다. 그래서 조금더 조심하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한국말로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숙소는 어디로 할 건지, 예약은 했는지, 싼 한인민박이 있다는 등 꼬치꼬치 캐물어서 대충 대답을 해주고 다른곳으로 가려고 하면 자기들도 그쪽 길로 가야한다며 나를 따라왔다. 처음 보았을 때는 분명 두명의 아줌마(조선족이었다. 중국에서 살면서 들었던 그 어투였다)였는데 한명이 자꾸 아까부터 안보이고 한명은 계속 앞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데 뒤쪽이 느낌이 이상해서 돌아봤다가 아까 봤던 아줌마가 바로 내 뒤에서 나를 바짝 좇아오고 있었다. 내가 쳐다보자 얼른 내 앞으로 와서 이번에는 둘이 계속 말을 걸었고 내가 신호등 앞에 서면 똑같이 서고 다른사람이 건널 때도 나를 기다리며 안 건너고 있어서 나는 다음 신호등에서 건너는 척 하면서 다른 길로 돌고 돌아 왔던 길쪽으로 내려왔다. 그제야 아줌마 둘을 따돌리고 나는 내가 메고 있던 가방을 확인하자 오스트리아에서처럼 내 가방이 열려져 있었고 다행히 지갑이 없는 부분으로 관광지 종이만 가득한쪽이어서 다행이지 싶었다. 아줌마 둘다 가방은 없었고 할머니들이 장에 갈 때 끌고 다니는 작은 카트를 끌며 한사람은 계속 나에게 말을 걸고 한사람은 뒤에서 작업을 하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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