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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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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넘어가는 기차역을 예매했다. 일찍 일어나 레스토랑에 가서 간단하게 아침을 빵과 커피로 대신하고 빈을 조금 더 둘러보다 가려고 했는데 너무 여유를 부리다 기차 시간을 생각못했다. 기차역을 찾아가는 길이 초행도 아니라는 자만이 화를 부른 것이다. 이미 트램도 한 번 놓친 마당에 가볍게 들고 온 작은 캐리어를 들고 뛸 힘도 없어서 중앙역으로 가 다시 기차표를 예매할 생각이었다. 누가봐도 충분히 여행자의 모습이었고, 중앙역까지 가는 길은 지루해서 옆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한국인이라고 소개한 내 자기소개에 자신을 치과의사라고 소개한 남자는 자기 동료들이 세미나로 한국을 자주 방문 한다는 이야기로 말을 이었다. 자신은 그쪽으로 일정이 잡히지 않아 갈 기회가 없어서 아쉬었다는 남자는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나에 대해 많은 것을 물어보고 나또한 그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중앙역 근처에 병원이 있다는 남자는 쉬는 날임에도 잠깐 출근을 해야한다고 했고 나는 기차역 시간을 잘못 알아 기차를 놓치게 생겼다고 말했다. 짐이 있어 뛸 수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같은역에서 내려 만나서 반가웠다고 말하려는 찰나에 남자는 내리자마자 손목시계를 보면서 뛰면 늦지 않을 수 있다며 내 캐리어를 들고 먼저 뛰기 시작했다. 뛰지 않으려던 나는 먼저 가버린 남자의 뒤를 멍하니 바라보다 빨리 오라며 손짓하는 남자의 모습에 그제야 달리기 시작했다. 순간 내 짐가방을 남자가 가져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러면 별 수 없지 하는 결론을 내리고 남자의 뒤를 따라 달렸다. 카메라와 노트북을 포함해 중요한 귀중품은 캐리어에 넣어두었는데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다행히 남자는 나보다 먼저 플랫폼을 찾아 오히려 나를 안내해줬고 기차역이 5분 정도 지연되는 바람에 나는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한참을 뛰어 헐떡이던 남자와 나는 이 상황에 웃음만 나왔다. 기차가 들어온다는 소리에 남자와 나는 그제야 만나서 반가웠다 라는 말을 했고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남자에게 오스트리아 번호가 아니라 소용없다는 나의 거절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인연이면 다시 또 만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고마운 사람이었는데 뭐라도 물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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